김순일 시인, 열두 번째 시집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가다' 출간

▲ 열두 번째 시집 낸 김순일 시인.

1980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본격 데뷔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하고도 왕성한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김순일 시인(77)이 열두 번째 시집으로 ‘부처에게 속아 인도에 가다’(도서출판 지혜)를 출간했다.

김순일 시인의 시집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가다’는 부처를 찾아 인도에 가면서도 ‘나’를 찾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인간의 욕망에 관한 근원적 성찰의 과정을 깊이 있고 담담하게 풀어쓴 시집이다.

김 시인은 시집 서문을 대신해 쓴 ‘시인의 말’에 이렇게 적고 있다.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갔다. 아니다. 나한테 속아 간 것이다. 부처는 없었다. 그 어디서도 부처, 나를 만날 수 없었다.’

이 글을 통해 언뜻 알 수 있듯, 부처의 존재근거는 나이며, 나의 존재의 근거는 부처이다. 이 성(聖)과 속(俗)의 변증법 속에서 우리 인간들의 삶이 있게 된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나는 나이면서도 부처이고, 부처는 부처이면서도 나’라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시인이 말하는 ‘부처’는 불교의 교조인 석가모니를 달리 이르는 말이나 사전적 의미의 ‘깨달은 성인(聖人)’ 뿐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부처는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하는 ‘욕망’을 함께 말하고 있다.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욕망의 너머를 알고 싶어 한다.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간 까닭도 이러한 욕망의 무한성에서 기인한다. 결국 ‘부처’라는 욕망이, ‘인도’라는 욕망이, 나를 부처로, 인도로 이끈 것이다.”

결국 시인은 인도로 가 그 욕망의 근원과 욕망을 끊어 버리고자 했으나 돌아와 보니 그 욕망이 그대로 자신에게, 자신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그 고생을 하고 인도에서 돌아와 보니 부처는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 집 마당가에도 있고, 풀잎 위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고, 땅에도 있었다. 짐승의 눈동자 속에도 있고, 온갖 미물들의 마음속에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인도에 가면 부처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 안에 자기만의 부처가 있다. 마음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불성이 없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이 있으면 부처가 있다’는 말을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집요하게 전한다.

많은 문학평론가들이 말한 것처럼 김순일 시인은 시적대상 그 자체의 특성을 노래하기보다는 그것을 차용해와 시인 삶의 주변에서 획득한 몸의 말법으로 그의 시를 바꾸어 놓는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시인의 말법은 종교적 색채를 드러내기보다는 시인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라고 말하고, ‘이런 시인의 시적 특성으로 인하여 시는 시적대상과의 적의나 적개심을 드러내기보다는 해학적이고 익살스런 특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가다’ 속 해학과 익살의 특징은 시인과 시적대상과의 원만한 합일이며 서로 반응하며 경계를 지워가는 시인의 시적태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상생의 사고관이며 대상과의 화해를 이끌어내는 시인의 시적 세계관의 결정판처럼 보인다.

이번에 출간한 김순일 시인의 시집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가다’에는 ‘고백’, ‘보시’, ‘그려그려’, ‘적막꽃 한 송이’, ‘부처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부처는 없다’, ‘그건가’, ‘내 속의 나를’, ‘속았다’ 등 시인의 주옥같은 시 작품 총 68편이 5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김순일 시인은 1939년 충남서산에서 태어났고, 1958년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중·고등학교 교사, 태안여중 교감, 서산교육청 장학사, 부석중학교 교장, 서산중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 2002년 정년퇴임을 하였다. 교사로 재직하던 198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나온 시집으로는 ‘서산사투리’, ‘섬’, ‘어둠꽃’, ‘서산장터’, ‘사람 어디 있나요’, ‘우울한 햇빛’, ‘숲의 나라’, ‘미꾸라지 사원’, ‘웃음을 돈사려고’ 등이 있으며, 이번에 출판한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가다’는 그의 열두 번 째 시집이된다. 그동안 김 시인은 ‘한국문협 충남지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충남위원장’, ‘서안시 초대회장’ 등을 역임하였고, ‘서산문화대상’, ‘충남예술상’,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충남시인회 본상’, ‘해동문학상’, ‘시인정신상’, ‘한성기문학상’과 대한민국정부로부터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바 있다. 현재는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자신의 집 서재(愚山齎)에 꾸민 작은 도서관에서 시를 쓰고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순일 시집 ‘부처한테 속아 인도에 가다’, 도서출판 지혜, 값 9,000원

높고 높은 산 고찰로 찾아다녔다

깊고 깊은 산 토굴로 찾아다녔다

부처는 없었다

멀고 먼 인도까지 찾아다녔다

부처는 없었다

다 버리고 돌아왔다

나의 집 마당가 풀잎 위에서

바람과 함께 살랑살랑 노닐고 있었다

하늘에도 땅에도 물에도

새 벌레 짐승 나무 잡초……그 눈빛 속에

그동안 찾아 헤매던

부처가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