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0°c 이상에서 제작된 도예작가 장영희의 고열도 도자인형 ‘어린왕자’.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저의 도자인형은 그대로의 저예요. 영이, 파랑이, 삼순이로 불리는 소녀 시리즈가 됐든, 동화 속 어린왕자가 됐든…. 결국 도자인형이 저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제가 그 인형들에게 들인 시간 때문이지요.”

수줍게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도예작가 장영희(46)의 이야기는 사뭇 비장하게까지 들렸다.

“도자인형은 그렇게 쉽지 않아요. 인형 작업은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인형을 만들기 위해 소지(흙)와 안료, 색과 재료의 혼합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제 작품은 1250°c 이상에서 제작되는 고열도의 인형이에요. 청자나 백자를 굽는 온도와 같기 때문에 초벌, 재벌작업까지 안심 할 수가 없어요. 고온에서 흙이 무너지기 때문에 섬세한 미적 표현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오는 4월 6일(수)부터 12일(화)까지 인사동 성보갤러리(서울 종로구 관훈동 21-4)에서 ‘소녀 별을 품다!(The girl, Cherish a star)’라는 주제로 첫 번째 도자인형전을 여는 도예가 장영희는 1998년 도예입문 이후 근 20여년이 다 되도록 많은 시간 동안 꾸준히 도예를 공부해 왔다.

흙과 불의 담금질은 기본이고, 흙과 안료의 배합, 굽는 방식, 인형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내기 위해 그는 모질기 그지없는 인내와 수련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의 작업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노동집약적으로 이뤄진다. 먼저 조형토로 성형을 하고 그늘에서 말린 후 가마에서 초벌을 한다. 그리고 색을 입히고 그것을 닦아 내고 다시 명암처리를 하고 그 위에 다시 색을 입히는 작업을 반복한다. 색은 유약과 화장토를 믹싱한 장 작가만의 독특한 색을 주로 쓴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들은 특히 자연스러운 발색이 압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에게 인형은 단지 오랜 시간 동안 우리들 곁에 있던, 인간 형태를 지닌 오브제가 아니예요. 제게 인형은 일상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꿈을 대리 표현해주는 존재지요. 동시에 상상력과 꿈을 담은 가상의 자아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이번 전시에 소녀 시절부터 제가 마음에 품었던 동화 속 주인공들을 하나하나 불러 모았고, 그들과 함께 할 ‘정원이 있는 집’도 만들었어요. 결국 제가 만든 그 모든 것은 저니까, 현실의 제가 가상의 저와 많은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 거지요.”

이번 전시에서 장 작가는 잊혀진 순수의 시대를 도자인형을 통해 재연하고자 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동화 속 추억의 공통분모를 도자인형으로 형상화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전시를 보러 온 모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동심의 시간을 갖도록 돕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는 약속한 것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잠자고 있는 순수함과 선함에 대한 동경과 갈망을 깨워주려 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정서적인 안정과 힐링의 시간이 된 것도 사실이구요. …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 역시 제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추억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2006년 흙다믐 전시를 시작으로, 2008부터 2010년까지 리빙디자인페어, 홈앤테이블데코페어, 하우징브랜드페어 등 다양한 페어에 참여했다. 덕분에 2010년 평화통일미술대전에서는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 Silparkon Ceramic Sympisium(태국황실실파콘대학), Penang Internatinal Ceramic Festival(말레이시아USM대학) 워크샵 등에 참여했고, 2015년에도 남이섬국제도예페스티벌 워크숍과 (사)한국전업도예가협회 회원전에도 작품을 출품하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남편인 도예가 신현문(한국전업도예가협회 이사장)과 함께 남양주에서 카페도자기마을을 운영하며 (사)한국전업도예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전시에 ‘별을 품은 소녀(영이, 파랑이, 삼순이)’, ‘어린왕자’, ‘정원이 있는 집’ 등 크고 작은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작품을 하며 자신이 느꼈던 순수에 대한 동경을 관람객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하는 장영희 도예가.

김세중 논설위원  new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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