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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과 ‘남서울 403’展
김세중 논설위원(미술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8 09:21
'남서울 403'展 전시 도록 표지

 “76세 때 붓을 들었고, 80세가 되던 해 첫 개인전을 열었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게 되신 모지스 할머니의 말씀처럼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늦은 나이에 시작하신 만큼 열심히 노력했고, 성실하게 임하셨습니다. 무슨 일에나 과정없이 결과가 없듯, 좋은 과정을 통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돼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합니다.”

 27일 오후, 송파도서관 1층 다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학과 학생들의 전시회인 ‘남서울 403’전에서 만난 김덕현 교수(학과장)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늦깎이 제자들의 전시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학과 학과장 김덕현 교수

  2013년부터 이 학교의 실용미술과 학과장으로 재직하며 늦깎이 학생들의 미술지도를 해온 김교수는 제자들에게 그림을 통한 적당한 즐거움과 소소한 기쁨, 확실한 성취감을 안겨주려 노력해 왔다.

 “미술은 시각적 예술이예요.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형식미를 넘어 그림을 그리는 이의 독창성과 정신적 가치가 포함되어야 하지요. 미술을 통해 인지능력, 정서, 창의성, 시지각 등이 발달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특히 그림은 손을 쓰기 때문에 소근력 운동이 될 뿐 아니라, 주변의 색과 형태에 관심을 두고 주의 깊게 봐야 하므로 노년기에 자칫 퇴보하기 쉬운 시·지각 능력과 공간개념이 향상돼 치매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학과에는 그래선지 늦깎이 학생들이 많다. 1학년 10명과 2학년 8명이 재학하고 있는 현재, 학생 평균 연령은 70세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졸업생 이종암옹은 9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현역에서 일하면서 한결같은 배움의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후배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성실함과 겸손함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는 졸업생 이종암翁

“93년이란 세월이 가끔은 파노라마처럼 한 컷 한 컷 제 앞을 스쳐요. 그 럴 때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붓을 잡고는 했지요. 그림을 배우고 그린지 불과 4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덕분에 지난해에는 첫 개인전도 열 수 있었어요.”

 후배들과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해 자리를 함께한 이종암옹은 ‘인생에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유쾌하고 행복해지고 자신에게 관대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일상의 지루함에서 오는 무기력증도 말끔히 사라졌고, 건강도 좋아진 것 같다’고도 한다. 그래서 그는 또 다른 개인전을 꿈꾸며 무엇을 그릴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도 한다. 그것을 응원하기라도 하는 듯, 93세의 이종암옹과 84세의 강신옥 학생을 이날 김덕현 교수는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전시 참가자 모두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남서울 403’전에 참여한 스물세 분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진심이 본인들의 자존감은 물론, 감상하시는 분들에게도 꿈과 희망이 되기를 원해요. 제각기 다른 환경과 상황에서 자신이 집중한 포커스를 그렸지만, 그건 어쩌면 모두에게 전하는 응원의 그림일 수도 있거든요. 꿈이 있는 한 희망이 있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한 인간은 늙지 않는다는 메시지 같은 거…. 그래서 저는 이분들의 그림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또 도전하게 할 거라는 것을 굳게 믿어요.”

 23명의 작품 38점이 전시된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송파도서관 1층 다솜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작품 참가자는 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과 1학년 강신옥, 김근민, 박홍섭, 이순희, 이영순, 이정신, 조정희, 최호열, 하희진, 허순갑이고, 2학년은 김태희, 모영애, 송정순, 이원분, 장인숙, 장인영, 조종순, 조춘숙이며, 졸업생인 석향분, 이순희, 이종암, 조성옥과 취미생 김숙경, 황연희 등이 이번 전시에 작품을 출품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들은 ‘예전에 못했던 학교생활을 경험하는 것과 배움의 기쁨도 크지만, 그림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힐링까지 얻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작업실에서 그림을 함께하는 학생들과의 동행전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간다’고도 밝혔다.

 남서울전문학교 실용미술학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이곳이 그저 늦깎이 학생들이 직장과 가정을 벗어나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오는 곳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그림 앞에 서면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뒤늦게 시작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림을 그렸고, 열정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열정이 있는 한 늙지 않는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보란 듯이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 오픈세레모니에서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단체사진을 찍는 그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배움이 있는 한 우리는 청춘이다!’

 세계적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꾸준히 배우는 사람은 여전히 젊다”라고 한 말을 되새기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그들은 분명 '젊은 청춘’이었다. ‘인생에 너무 늦었거나, 혹은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고 말하며 해맑게 각자의 그림 앞에서 웃어 보이는 그들은 분명 이 땅의 ‘젊은 화가들’이 분명했다. 

'남서울 403'展 전체 출품자 단체 사진

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과 1학년 전시 참여자들과 김덕현 학과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남서울실용전문학교 실용미술과 2학년 전시 참여자들과 김덕현 학과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이번 전시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졸업생과 취미반, 김덕현 교수(왼쪽 두 번째)
(왼쪽에서부터) 장인영 2학년 과대표, 김근민 1학년 과대표, 김덕현 학과장
‘남서울 403’展이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송파도서관 1층 다솜갤러리 전경

 

김세중 논설위원(미술칼럼니스트)  sjkim@newsinsi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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