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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강산의 위기를 남북관계의 기회로
권명은 기자 | 승인 2019.11.22 16:20
[인사이드코리아_권명은기자]
금강산의 호수 삼일포에 위치한 휴게소인 '단풍관'과 호수 전경. 2018.11.5/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딱 지난해 이맘때였다. 남북 9월 평양 정상회담의 훈풍이 한창일 때 금강산을 찾은 기자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 후의 풍경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북측은 장기 휴업을 면치 못했던 옥류관 분점을 열어 손님을 맞았고, 고즈넉한 호수인 삼일포의 휴게소 '단풍관' 앞에서 팔던 명물 흑돼지 꼬치구이 매대 앞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러나 1년 만에 남북관계는 얼어붙었고 금강산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지난달 북측은 자신들의 주도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새롭게 전개될 것이라며 전격적인 정책 전환을 선언했다.

북한의 관영 매체는 지난 10월 23일 '너저분한 남측을 시설을 철거하라'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전한데 이어 지난 15일 "훌륭하게 개발될 금강산에 남측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라고 강경한 보도를 이어갔다.

금강산 관광 중단 후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국면이 전개되는 듯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위기 국면에서 두 가지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금강산 관광은 북측도 올해 초 남측과 함께 재개를 추진할 방침을 밝힌 바 있는 사업이다.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이 같은 입장이 확인된 바 있다.

두 번째는 금강산 관광 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지시한 김 위원장이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하에'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북측은 김 위원장의 지시를 아직 공식적으로 철회하지 않고 있다.

북측이 지난 15일 관영 매체를 통해 "우리는 최후통첩을 보냈다"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앞서 열거한 두 가지 상황 모두 사실상 무효화된 일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일방의 주장과 선언으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 북측은 지난 21일 다소 이례적인 보도를 냈다. 표면적으로는 부산에서 열리는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김 위원장 참석 거절을 위한 것이지만 진의는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북측은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라고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라는 유화적 언급을 했다. "(부산에 초대한)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다"라고도 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우리 측을 강한 어조로 비난한 것과는 판이했다. 과거 경색 국면에서 '남조선 당국자'로 하대하듯 칭했던 남측 대통령의 호칭을 그대로 언급했다.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는 말을 거듭 반복했는데 이는 "남측의 마음은 이해하나 지금은 정세가 합당하지 않다"라는 어떤 전제가 깔린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세가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은 정세 변화를 위해 남측이 움직여 달라는 바람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해 남북 정상이 세 차례 만나 합의한 내용들을 이행할 의지는 여전함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위치한 금강산 호텔. 2018.11.5/뉴스1 © News1 서재준 기자


금강산 관광 문제 해결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심화시킬 수도, 반전시킬 수도 있는 현안이다.

경색의 심화를 피하려면 일단 닫힌 금강산의 입구에 틈을 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개별 관광'은 물꼬를 틀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 개별 관광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외국을 관광하는 방식과 같다. 이 방식은 시설 및 인프라 투자는 병행되지 않아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지난 2008년까지 진행된 금강산 관광은 우리 측이 북측의 땅에 투자한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방식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낙후한 시설과 인프라를 복구·재건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유엔의 제재(대북 신규 투자 금지)에 걸린다.

물론 개별 관광 추진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 그러나 일단 남측에서 금강산 관광의 방식 전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다면 북측은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남·북·미 간에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에서 한 때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는 한미 간 꽤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리고 이 논의 결과의 일부는 비공개 채널을 통해 북측에도 전달된 바 있다.

이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남·북·미 간의 컨센서스는 있으며,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남북 간 실낱 같은 대화의 계기는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다.

정부의 창의적 해법의 청사진은 미국을 방문 중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귀국하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북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 금강산 문제 협의를 위해 미국을 찾은 김 장관은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금강산'을 언급하며 해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북한과의 대화를 앞둔 미국이 다시 금강산 카드를 꺼낸다면 이 문제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다.

지난해 기자가 금강산의 호텔에서 만난 금강산의 북측 직원은 2000년대 중반 금강산 관광이 절정일 때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슬며시 웃으며 "어찌 됐든지 간에 남측에서 손님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지요"라고 말했다. 10년을 넘게 묵힌 이 문제는, '어찌 됐든지 간에' 풀어야 할 문제고 이제 풀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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