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요즘 국회 의원회관이 택배 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미 국회 의원회관 로비는 택배 회사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선물을 배달하고 있고, 의원실 직원들은 손수레까지 동원해 배달돼 온 선물을 실어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선물 종류는 지역 특산품부터 술, 건강식품까지 다양한데 고가의 제품도 상당수 눈에 띈단다. 대부분 각종 이익단체와 지역구 관공서, 대기업, 국정감사를 받는 기관들이 보내온 것들임은 말할 것도 없다. 상임위원회에서 실세로 불리는 의원들이나 중진들에게는 더 많은 선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한 의원실의 경우에는 명절을 앞두고 일주일 넘게 의원 집으로 선물을 옮겨야할 정도로 선물이 많이 들어온 경우도 있단다. 이 같은 모습은 매년 추석과 설 등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우리 국회의 모습이다.

 이런 진풍경을 접하며 위법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 경우에는 아직 부패방지법에 따른 행동윤리강령이 제정되지 않아 처벌 기준이 없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의 공무원 행동강령에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못 받도록 규정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공무원들의 경우 이 윤리강령에 따라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우 어떤 제재도 받지 않는다. 국회는 이미 10년 전 부패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행동강령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국회도 행동강령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국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특권을 내려놓겠다던 의원들이 명절을 핑계로 사실상 대가성 선물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아무런 제한 없이 선물을 받고 있지만 막상 자신들은 누구에게도 선물을 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은 선물세트라도 유권자에게 주면 기부행위에 해당해 처벌을 받게 된다. 또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설 선물을 받으면 최대 50배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1만원짜리 선물을 받았다 선관위에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낼 수 있는 셈이다. 공무원도 3만원 이상의 선물은 받을 수 없고 유권자들 또한 정치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을 경우 처벌을 받는데 막상 국회의원들만 아무런 제한 없이 선물을 받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풍경은 올해 특별하게 일어난 일이 아닌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일이어서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해 추석에도, 설에도 명절 즈음이 되면 의원회관 로비에는 이렇게 각종 선물 택배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한번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특권을 내려놓자고 그렇게 떠들던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200개가 넘는 국회의원의 특권이 차고도 넘치는데 이렇게 많은 선물까지 받는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사양을 하겠다는 의원의 이름은 왜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 것인가. 특히 이번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식물 국회'라고 비난을 받을 정도로 법안 처리엔 무기력했다. 법안처리율 30%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총선이 두달밖에 안남았지만 선거구 획정도 않고서 헛바퀴만 돌리는 국회의원들이 어쩌면 이렇게 선물 앞에서는 당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눈에는 설 명절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극심한 경기 한파 탓에 ‘설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국민들의 서러운 분노는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빈손 국회, 할 일 안해도 선물은 풍성한 국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오늘 하루가 몹시 씁쓸하고도 춥다.

김세중 논설위원  new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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