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과 함께하는 오카리나 이야기 ‘산책’ 포스터(오카리나인 제작)

카페 콘서트

 “무조건 크고 화려한 무대가 좋은 것일까요? 카페 콘서트는 단어 뜻 그대로 조그만 카페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예요. 예쁘고 아기자기한 카페가 주는 편안함과 흐트러짐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연주자와 같은 높이의 의자에 앉아 연주자의 작은 땀방울, 숨소리까지 보고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연주 후에는 커피 한잔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구요. 소박한 악기인 오카리나와도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전국을 돌며 올 들어 다섯 번째 미니 콘서트를 열고 있는 오카리나 연주자 권혁(47)에게 ‘미니 콘서트’의 의미를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십여 년 전, 아는 후배가 한번 불어보라고 줬던 오카리나, 그 1년 후에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또 다른 후배가 찾아와 오카리나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을 좀 써보라 권유해 무심결에 불어본 오카리나와의 인연은 이렇게 해를 거듭하면서 그를 대한민국 오카리나 연주가 중 가장 유명하고 바쁜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간의 권위주의 연주자와 관객 청중의 고정관념과는 괘를 달리하며 작은 콘서트에 관심을 보여 왔다.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대형 공연들도 좋지만, 이런 작지만 뜻깊은 공연들에 점점 더 마음이 가요. 연주자와 관객이 더 친근하게 소통하며 만들어 가는 생활 속 예술, 생활 음악으로서의 오카리나와도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구요. 제 1집 앨범 '오카리나 여행가는 길'에 실려있는 ‘수평선 저 너머엔’이라는 곡을 쓴 곳도 광안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카페였어요. 이래저래 제가 카페와는 인연이 많은가 보네요.(웃음)”

머무르지 않는 사유

 권혁은 작곡과 연주가 가능한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오카리나 연주자이다. 그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왔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발상, 새로운 쟝르, 새로운 공연형식 등등…. 하지만 그가 말하는 모든 ‘새로움’의 근간에는 그가 그토록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음악본능’이 내재돼 있었다.

 불과 10여 년 전에 오카리나와의 인연이 시작됐지만 그는 이미 60여곡의 오카리나 창작곡을 작곡하였고, 음반도 싱글 음반을 포함해 7장을 발매할 만큼 오카리나에 빠져 있었다. 오카리나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음악은 섬세하고 관념적이며 사랑과 평온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그의 생각이 어느 한 곳에 머물며 주어진 영광을 누리면 좋을텐데 그는 여전히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그것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한다.

 “끝없이 이어진 초원너머의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몽골의 이름 모를 초원도 좋고, 누렇고 탁한 황토색 물이 유유히 흐르는 메콩강도 좋아요. 앞으로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곡을 쓸 수 있는 곳을 찾아 좀 더 많은 곳을 돌아다녔으면 해요. 누군가의 말처럼 자기 울타리 안에 갇혀 좁은 생각에 머물러 있으면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황량한 사막, 낯선 도시를 찾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경험과 감각, 꿈을 키워나갈 수만 있다면 좀 더 자유롭게 매일 매일 길을 떠나고 싶어요.”

오카리나 작곡가 겸 연주자

 그의 삶은 어려서부터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탐색의 연속이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자연스럽게 들으며 자랄 수 있었던 그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교회와 학교에서 중창과 기타연주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때는 기독교음악(CCM) 창작곡 10여곡을 작곡하여 그가 다니던 교회에서 밴드와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부모님의 반대로 꿈꾸던 음대엔 진학하지 못했지만 권혁은 그래도 음악과 떨어질 수 없어 안정적인 직장과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부산교육대학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음악의 본질은 물론 유능한 초등교사로서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오르간 실기, 기악 실기, 국악 실기를 비롯하여 부전공 과정에서 성악, 피아노, 관현악, 국악, 작곡, 음악교육연구 등을 폭 넓게 공부했다.

 그의 음악적인 열정과 호기심은 대학 생활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부산교대 가요제에 창작곡을 가지고 출전하여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고, 다양한 가요제에 창작곡으로 도전을 이어나갔다. 대학 졸업 후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는 재직 학교의 합창부를 만들어 아이들을 지도했고, 남성합창단을 만들어 단원으로도 활동하며 음악적인 역량을 계속 키워나갔다. 하지만 그런 모든 활동은 그의 창작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모든 것은 작곡에 관한 열망 때문이었다. 그는 2000년도 후반 본격적으로 오카리나 창작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오카리나 창작곡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권혁의 창작곡은 이내 큰 환영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에 담겨있는 순수함과 억지스럽지 않은 멜로디들은 오카리나의 음색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특히 권혁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의 1집 앨범에 수록된 ‘수평선 저 너머엔’이란 곡이 KBS 2TV의 예능 프로그램인 ‘해피선데이 1박2일(제주 돌고래편)’에 배경음악으로 나오면서부터였다. 제주 상공에서 돌고래를 찾아다니는 1박2일의 멤버들이 바라본 제주 차귀도와 우도 등의 아름다운 제주 풍경이 나올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나온 이 곡은 지금도 유튜브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좋아요’가 눌려지고,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려 진 영상은 수도 없이 온라인을 떠돈다. 특히 그가 평소에 제일 좋아한다는 동료 오카리나 연주자 이병구(한국오카리나앙상블협회 회장)와 함께 부른 연주곡은 최근까지 14만명 이상의 조회수를 이어가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오카리나의 마에스트로

 늘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권혁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주자 중 한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며, 음악으로만 소통하기를 원하는 진정한 음악인이길 원한다. 그의 꿈은 노년이 되어서도 곡을 쓰고 몇몇 사람들과 같이 연주하며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라 한다. 특히 그는, 자신의 곡을 좋아하고 그 때문에 행복해 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계속해서 곡을 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오는 30일, 대전에 온다. 오카리나인이 주최하고 청오카리나와 하늘오카리나, 카페 뜨레돌체와 제타스튜디오가 후원하는 이번 미니 콘서트의 타이틀은 “권혁과 함께 하는 오카리나 이야기 ‘산책’”이다.

 그와 함께 ‘투맨쇼’라는 페이스북 방송을 진행하는 오카리나 연주자 임경희가 대표로 있는 오카리나인이 기획한 이 콘서트는 이미 대구, 경주, 천안, 제주에 이어 5번째를 맞게 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8일과 9일 성황리에 끝난 제5회 한국오카리나국제페스티벌(대전)의 아쉬움도 달랠 겸 빅콘서트 때 다 들려 드리지 못한 제 곡들을 베스트만 뽑아서 연주하려고 해요. 특히 이번에는 항상 함께 있으면 마음도 편하고 너무나 좋은 오카리나 연주자 이병구형이 우정출연을 해주기로 해서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가 구요, 거기에 오카리나 연주자 이병구형과의 듀엣 음반에 편곡과 피아노 연주로 참여했던 피아니스트 정수진 선생님께서 이번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해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요. 모든 분들께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봐야죠.(웃음)”

 이달 30일(토) 오후 4시 대전 유성구 노은동로 카페 ‘뜨레돌체’에서 만나게 될 권혁은 아직도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마냥 궁금해 하는 소년과 같았다. 한국오카리나국제페스티벌에 소개된 것처럼 그는 한국에서 오카리나만을 위한 곡을 가장 많이 작곡하고 발매한 작곡가이며, 이미 그 곡들의 히트로 많은 오카리나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연주자이고, 오카리나 지도는 물론 현직에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행보도 활발히 하고 있으니 ‘마에스트로 (maestro)’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거장(巨匠)에 머물지 않고 아직도 못 다한 꿈을 향해 나아가려한다. 지극히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늘 신선한 발상과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오카리나 마에스트로 권혁, 앞으로도 우리는 오카리나 음악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정다운 메신저로서, 새로운 무대와 청중을 찾아 열정적인 활동을 계속 펼쳐 나갈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행복해 할 것이다. 그리고 말 할 것이다. “고마워요. 당신의 음악이 우리를 치유해줘서.”

지난 9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오카리나국제페스티벌 빅콘서트에서 듀엣 앨범 ‘바람이 불어요’의 삽입곡 ‘첫 데이트의 설레임’을 함께 연주하는 오카리나 마에스트로 이병구와 권혁.

9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오카리나국제페스티벌 빅콘서트에서 진행을 맞아본 권혁

김세중 논설위원  sjkim@newsinsi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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