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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닮은 사람, 오카리나 연주자 김인숙인생도 붉은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이며 살고 싶다.
김세중 논설위원 | 승인 2022.11.28 19:53
본캐는 경력 48년의 약사, 부캐는 많은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다. 그는 오늘도 ‘열정 앞에 늦은 나이란 없다’고 말하며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 악기를 잡는다.(사진은 2020년 1월 서울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있었던 ‘오카리나가 사랑한 겨울나그네’ 콘서트 중 연주모습)

 # 나이 먹는다는 건 새 도전의 기회

‘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그 열매를 주변과 나누려 한다’고 말하는 김인숙 약사. 그래선지 약사계에서도,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계에서도 그를 믿고 따르는 후배들이 유난히도 많다.

그의 본업은 약사이다. 1974년 덕성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약사 면허를 받은 그는 곧바로 대전에서 ‘태평약국’을 개업한다. 그리고 2009년부터 현재의 자리인 인천시 신포동 ‘건강한21세기약국’을 운영하고 있으니 꽤 오랫동안 그 일에 종사해왔다.

 또한 그는, 인천광역시 중·동구약사회 약물교육강사단장을 맡아 유치원, 초중고생, 노인대학 등에서 올바른 약물 사용과 술·담배·마약류 퇴치 등 의약품안전사용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중·동구약사회 총회의장을 맡아 약사 권익옹호는 물론 후배 약사들과 함께 지역주민의 건강지킴이로서 그 본분을 다하려 노력해오고 있다.

 “초창기 개국약사 시절에는 참 힘들었어요. 약 주문부터 전산 업무, 조제, 복약지도, 일반약 판매, 재고 관리, 가격 책정, 약 진열, POP만들기, 청소까지 다 혼자 했어야하니까 여유가 없었지요. 제때 퇴근을 못하는 날도 많았으니까요. 이제는 근무약사들이 있으니 좀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그게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것도 사실이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23살의 젊은 나이인 1975년에 약국을 개업했으니 지금까지 그는 47년째 약국을 운영해 오고 있는 셈이다.

 “약사라는 직업이 국민의 건강을 챙겨주지만 사실 약사 본인의 행복은 어쩌면 뒷전인 직업이에요. 약국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일이거든요.”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해오며 경제와 육아를 해결했고, 이제는 자신을 위해 뭔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인 2013년, 그는 처음 오카리나를 만난다. 물론 그 이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부 활동을 했고, 대학 시절엔 플릇과 기타 등의 악기를 다뤄온 터라 악기를 접하고 연주를 하기까지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 오카리나를 잡았을 때부터 울림이 너무 좋았어요. 다른 악기도 많이 배웠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크기도 앙증맞은 것이 소박하고 고운 음색까지 내니 매력 있더라고요. 더구나 소프라노·알토·베이스까지 음역대의 한계 때문에 여러 종류의 오카리나를 바꿔가며 내는 다양한 음색도 재미있고, 처음이나 지금이나 오카리나의 울림이 참 좋아서 놓을 수가 없어요. 이젠 말 그대로 반려(伴侶) 악기가 되었지요.”

 어느덧 오카리나와 함께해온 것도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는 현재 2017년 9월에 창단된 전국 천주교 오카리나 찬양단 ‘라우다테도미눔’ 단장이며, ‘라우다테도미눔 7중주 앙상블’의 단장으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모교인 덕성 약대 정기총회, 인천 남동구분회 정기총회, 서울시청 바스락홀 ‘오카리나가 사랑한 가을나그네’, 얼마 전엔 인천생활문화축제와 천주교오카리나찬양단 대전교구 라우다떼도미눔 창단연주회  등에서 솔로로, 듀오로, 앙상블로 무수히 많은 연주를 하며 수준급의 실력을 뽑내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국내 최초로 카톨릭 성가 오카리나 연주곡집 ‘생명의 양식(이타미디어)’을 발간했고, 2020년에는 그가 공동 리더를 맡고 있는 모바일 커뮤니티 ‘오카리나 할배네’에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오카리나 연주곡집(이타미디어 제작)을 펴내기도 했다.

 #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유별난 악기 사랑

 그는 오카리나 연주 뿐 아니라 악기를 수집하는 취미도 생겼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악기·악보·교본 등 수백 점이 빼곡히 그의 악기 방을 채우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악기는 역시 오카리나다. 현재까지 그가 수집한 오카리나는 약 130여 개에 이른다.

 “오카리나는 제작자에 따라 음색이 틀려서 그 소리는 어떨까?  자꾸 수집하게 됐어요. 다른 악기들도 워낙 호기심이 많아 닥치는 대로 모으게 됐죠. 물론 대부분의 악기들은 조금씩 연주를 할 수 있는 것들이고, 또 배우고 싶은 마음에 모아놓은 것들도 있지만 요즘은 오카리나와 에어로폰으로도 시간이 없어 다른 악기들은 만져보지도 못해요.”

 그는 지난 10월 인천 문화바람축제에 오카리나로 한 번, 에어로폰으로 한 번, 두 번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악기 특유의 섬세한 아티큘레이션을 숨결로 표현할 수 있어 표현력이 풍부한 악기예요.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의 음색을 불면서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재미 중 하나구요. 시간이나 장소에 제한받지 않고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그는 지난 6월, 코로나로 지친 약사들을 위로하는 전국여약사대회에 참석해 세계적인 아티스트 아리스킴과 에어로폰으로 합동 무대를 꾸며 큰 박수를 받았다.

 드럼, 기타, 플릇, 팬플루트, 인디언플릇, 오카리나, 피리, 에어로폰, 북한의 개량악기 저대(대금에 플릇 라인을 접목한 악기)까지…, 중학교 때부터 플릇을 시작했고, 고교 때는 관악부 활동을 하면서 여러 악기를 접한 탓에 그는 이렇듯 많은 악기를 다체롭게 다루며 즐길 줄 안다.

 # 12월 14일 번개탄tv 출연하는 '오카렛츠'

 그는 오는 12월 14일(수) 그와 함께 오랫동안 오카리나를 연주해온 홍영숙과 함께 번개탄tv 박봉규의 ‘Oh~카리나’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홍영숙(라우다테도미눔앙상블 음악감독)은 숙대 피아노과를 나와 부천에서 25년간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고, 그 역시 일찍부터 오카리나를 접하며 오랫동안 그와 함께 오카리나를 연주해온 음악적 파트너다. 특히 그와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 수시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인간적인 교류와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방송에 나가려니 듀오의 이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그냥 ‘오카렛츠’라고 하자했어요. 단순한 거지요. 오카리나를 의미하는 ‘오카’와 뒤에 여성을 뜻하는 '렛츠'를 붙였으니까요. 우리나라 말로 하면 '오카리나 부는 언니들', 우리가 오카리나 연주자들 중 나이가 좀 있잖아요.(웃음).”

 그렇다. 오카리나 연주 듀오 오카렛츠의 김인숙(70)과 홍영숙(67)은 일반적인 음악 연주자의 나이로는 꽤 많은 나이가 분명하다. 하지만 오카리나의 특성상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이를 많이 먹어도 연주할 수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오카리나계에서 그들의 나이는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음악을 사랑하고,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유명한 연주자가 되기보단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음악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소망이고,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치유되는 연주를 하고 싶은 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번개탄tv를 통해서 그 진심이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란다는 김인숙은 이렇게 덧붙였다.

 “코로나19는 다른 분들도 거의 같은 상태였지만 특히 음악을 하는 모두에게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줬어요. 그리고 2022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버겁고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어요. 그런 모두에게 잠시지만 음악이 주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나의 연주가 내게 치유의 힘을 가진 값진 선물이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그는 그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을 위해 악기 연습을 하고, 겨를이 있을 때마다 다른 연주자들의 공연장을 찾고, 영상제작을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는다. 그리고 지난 2014년 9월부터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김약사의 연주생활(https://youtu.be/3QCZNouwwMc)’ 통해 자신의 연주곡을 계속해서 업로드 중이다.

 황혼의 은은함, 품격있는 삶, ‘열정 앞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는 이렇게 매사에 열정을 불태우며 값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선가? 그는 참 가을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내면의 단풍이 곱게 물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가을, 어쩌면 울긋불긋한 낙엽 속에서도 그의 집 베란다의 많은 반려식물들처럼 파란 싹이 돋아날 것만 같은 가을, 그는 분명 그런 가을을 닮았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각종 악기를 연주하면서 토크쇼 ‘김약사, 인생을 이야기하다’를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김인숙의 꿈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김세중 논설위원  sjkim@newsinsi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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