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30일부터 4월 5일까지 인사동 갤리리 엠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김미선 작가.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올려보아도 별을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선지 차츰 별을 좇는 일은 무용(無用)한 사치가 되어버렸지요. 베가, 알테이르, 시리우스, 베텔기우스, 안드로메다 은하, 마젤란 성운, 좀생이별 플레이아데스 성단…. 기억하던 별이름과 좌표조차 잊어 버렸어요. 그렇게 별들은 제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화석이 되어버렸지요. 별을 잊어갈수록 이상은 점점 사라지고 겨누어야 할 좌표는 흔적조차 없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지요. 자존감을 잃어갈 때 저를 지켜준 건 그림이예요.”

화선지 위에 별을 상징하는 하나하나의 솔방울을 먹으로 그려 아름답고 황홀한 우주의 모습을 표현해 온 작가 김미선(33)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별과 우주와 자신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지상의 빛이 강할수록 하늘의 빛은 힘을 잃었어요. 문명은 자신의 영역에서 별들을 쫓아버린 거지요. 겨우겨우 볼 수 있던 별조차 한 해 한 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그래도 별은 빛나고 있다는 것, 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다만 우리의 육안으로 보지 못할 뿐, 제 자리에서 스스로를 밝히고 흩어지지 않는 천상의 좌표를 새기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전시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의 주제는 우주(宇宙)다. 그래서 오는 30일부터 4월 5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엠에서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의 타이틀을 『Pinecone Stellar』展이라 명명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하나하나의 솔방울을 통해 별과 별자리 등을 상징하고, 블랙홀, 별똥별 등으로 이어지는 신비로운 우주를 담고 있다.

김미선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 잠시 서예를 배운 적이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초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도 전공은 미술과 전혀 무관한 중국학(中國學)을 했다. 덕분에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운 좋게 취업이 되어 2005년 중국 광동성 동관시에 위치한 한 의류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몇몇 군데의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도 미술과는 무관한 일들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글씨를 쓰고 싶고 싶어 졌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때 무작정 떠오른 ‘초등학교 때 다녔던 서예학원’.

“2009년 가을 쯤 일거예요. 그때부터 다시 서예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2011년 쯤 서예학원 선생님께서 예술의 전당 문화원에서 동양화를 배워 그려 오시는 것을 보고 모사를 시작했어요. 2013년 초까지 그렇게 서예학원 선생님 밑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때로는 사진을 보고 혼자 그림을 그리기도 했구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배워야겠다 생각을 하고 2014년 석창우 선생님을 찾아가 붓글씨와 문인화를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2014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세계 최초 의수화가이며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인 석창우 화백의 문하에 입문을 한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석창우 선생을 통해 서예와 문인화 등을 꾸준히 지도받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미술의 길이었지만 그는 지난 해 단원미술제와 제20회 서울서예대전 등에 입상을 한다. 덕분에 단원미술제 서예·문인화부문 수상작전(단원미술관)과 한글서예대전(인사동 한국미술관), 제20회 서울서예대전 수상작전(인사동 한국미술관) 등의 단체전에도 참가하는 영광을 얻는다. 그리고 급기야 대한민국의 내놓으라하는 작가들이 전시회를 하는 인사동에서 오는 30일 당당하게(?)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첫 전시를 인사동에서 연 이유는, 뜨내기가 아닌 진짜로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예요. ‘네가 그림을 그리면 얼마나 그리겠느냐’….그런 노골적인 질문을 받기도 했거든요. 결국 앞으로도 이 길을 고집스럽게 걷겠다는 제 굳은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기왕이면 갤러리와 화랑이 모여 있는 인사동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확신과 인정을 받고 싶었어요. 그게 이번 전시를 인사동에서 하게 된 이유예요.”

독실한 크리스찬이기도 한 김미선 작가는 서예에 머물던 초창기 성경필사에도 장시간 매달렸다. 그는 ‘서예를 하면서 삶속에서 늘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한 구절씩 적다보니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화선지에 먹으로 그린 그의 우주(宇宙)연작 시리즈가 대부분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초창기 쓰고 그렸던 솔방울 그림에 성경문구를 필사한 작품들을 꼭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시편에 이런 말씀이 있어요.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주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편8:3,4)’.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새삼 하나님의 위대한 권능에 놀라고, 저 광대한 우주와 무수한 별들에 비하면 나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가 하는 마음에 절로 숙연해지고 겸허해져요. 그 마음 잃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좋은 작가가 되고 싶어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김미선 작가는, ‘언제나 밤하늘의 별을 보며 하나님 권능의 위대함과, 또한 우리 인생을 향한 사랑의 위대함을 함께 느끼며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의 길 역시 하나님께서 친히 이끌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결코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아무튼 젊은 작가 김미선은 앞으로도 계속해 밤하늘의 별을 그리고 스스로 별이 되기를 꿈꿀 것이다. 이번 전시가 꿈을 향해 달려 가는 젊은 작가에게 희망과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문의 : 갤리리 엠 02-737-0073)

▲ 태양을 중심으로 12개의 별자리를 그려 넣은 그의 대표작 ‘꽃을 품은 우주’. 화선지에 먹과 금분, 200x150cm, 2015 작품

▲ ‘우주07’, 화선지에 먹, 70x70cm, 2015 작품

김세중 논설위원  news-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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