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그룹 라온의 리더 전현규

요즘 그들은 너무 바쁘다.

9월과 10월 한 주도 쉼 없이 계속 공연이 잡혀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아침 일찍 제주에 내려가 ‘더희망제주’가 주최하는 ‘2017제주 나눔 대축제’에 올라야하고, 그날 다시 서울로 올라와 다음날 난지한강공원에서 올해 첫 선을 보이는 ‘2017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The Musical Festival in Galaxy)’ 무대에도 올라야 한다.

2017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는 안재욱, 박건형, 소냐, 신성우, 오만석, 남경주, 민영기, 박해미, 손준호, 엄기준, 옥주현, 유준상 등 총 117명의 배우가 이틀간 나눠서 무대를 꾸민다. 특히 이번 공연은 ‘스타스테이지’와 ‘스텔라 스테이지’로 나눠져 있는데 그들은 10일 오후 2시 스타 스테이지에서 디즈니 영화 음악을 들려주는 ‘디즈니 원스 오폰 어 타임’ 무대에 오르게 된다. 쟁쟁한 실력을 갖춘 뮤지컬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서는 것인 만큼 설렘이 큰 것도 사실이다.

크로스오버 그룹 ‘라온’.

지난 4월 창단된 크로스오버 그룹 '라온'

지난 4월 창단해 불과 5개월도 안 된 상황 속에서 실로 엄청난 일들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지난 4월 박기영과 함께 했던 열방교회 부활절 ‘Revival Festival’을 시작으로, 6월 광림아트센터 장천홀 ‘임영실과 프렌즈’ 공연, 7월 제주 탐나라공화국, 8월 서울시 구민대상 공연들, 그렇게 크고 작은 공연들 틈틈이 그들은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버스킹 공연도 빼놓지

않고 있다.

“매일이 연습 또 공연, 공연 또 연습이지요. 우리에게는 우리의 공연이 제일 중요한 거니까,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어요. 매번 최선을 다하려고 하니 머리가 좀 아프긴 해요(웃음).”

후배들과 함께 크로스오버 그룹 라온을 만들어 능숙하게 팀을 이끌며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는 리더 전현규(32)는 다양한 뮤지컬을 통해 쌓아온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로 팀의 맏형 노릇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중학교 때 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게 되면서 그저 ‘연예인 가수’가 아니라 ‘음악인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진학하게 된 실용음악과에서 너무나 유행만 따라가는 음악에 실증을 느낄 때 쯤 개인적으로 연기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 뮤지컬을 제게 권하셨어요. 그때부터 그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거 예요.”

전현규는 이후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하루에 15시간이 넘도록 뮤지컬 음악을 듣고 부르다, 21살 비교적 어린 나이에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었어요. 여름에 더위를 먹어가며, 때론 인대가 늘어나 고생을 하면서도 뮤지컬이 너무나 좋아서 한 거였거든요. 한 7년 정도 크고 작은 공연에서 주 조연을 하고 연기와 춤이 부족하단 생각에 한 2년 정도 무대를 떠나 공연기획 일 등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멋드러진 화음과 남성적인 노래를 듣게 된 거예요. 충격을 받았는데 그 게 바로 크로스오버(Cross-over) 음악이었어요.”

그는, ‘바로 이거다!’.

크로스오버 음악을 듣는 순간 그렇게 외쳤다고 한다.

지금은 JTBC 팬텀싱어의 영향으로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장르에 클래식 성악가부터 뮤지컬 배우, 국악이나 대중가요 등 다방면의 가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그때만 해도 공연장이 아니면 크로스오버 음악을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의 경우는 크로스 오버 음악이 전체음악에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이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었어요. 그래서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 그룹을 만들어야겠다 생각을 했던 거예요. 팀을 만들면 크로스오버 음악을 앞세워 대중 앞에 서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추며 노래를 통한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는 곧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바리톤 노현택(31)과, 테너 김종우(25), 권지호(25)를 만나 자신의 뜻을 전했고, 그들은 흔쾌히 그와 뜻을 함께하기로 결정을 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리고 지난 4월 그들은 순우리말 ‘라온’이라는 팀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라온의 리더 전현규, 테너 김종우, 테너 권지호, 바리톤 노현택

“‘라온’이라는 순우리말은 ‘즐거운’ 이라는 뜻이에요. 그동안 크로스오버의 딱딱하고 어려운 이미지를 벗어 버리고 즐겁고 감동적인, 그리고 가볍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음악을 하자는 것이 저희들의 뜻이었잖아요. 그래서 클래식과 팝, 국악과 양악의 결합 등 닥치는 대로 레퍼토리를 발굴했어요. 아이돌 작곡가들과 만나 저희들의 노래를 만들고 싶어 작업을 하기도 하고, 국악인과 협업을 통해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려 노력하기도 했어요.”

리더인 전현규와 막내인 김종우, 권지호와의 나이 차이는 일곱 살이다. 일곱 살의 물리적인 나이 차이엔 걸어온 길도, 좋아하는 음악도, 지향하는 삶도 각기 달랐다. 하지만 전현규는 팀을 만들 때부터 그들에게 말했다.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라고. 그러니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현재의 라온이 성공을 했고, 아직은 성공하지 못했고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 부른다. 그들의 노래는 불빛 화려한 대형극장의 무대일 수도 있고, 작고 아담한 교회의 로비일 수도 있다. 아니면 처음 그룹을 만들고 노래를 시작했던 어느 길거리 공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의 노래에 조금이라고 감동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결코 노래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가수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래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지금 행복하다면 그것이 성공의 열쇠임을 믿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들의 음악에 위로받았다고 말할 때 아직은 쑥스러워요. 하지만 그때마다 ‘와, 우리가 노래 안하면 안되겠다’ 생각을 하죠.(웃음) 우리는 늘 하던 노래인데 좋은 무대 덕분에 우리 이름과 목소리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예요.”

앞으로도 ‘라온’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크로스오버 그룹 ‘라온’의 리더 전현규. 그의 이름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입가에 즐거운 미소가 지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삶에 대한 진지하고 성실한 그의 태도를 이뻐라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진심으로 노래하고 싶어 하고, 그 노래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안이 되고 싶어 한다. 그를 위해 그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연기획을 하고, 노래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한다. ‘라온’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성공까지는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를 듣기 원한다. 하지만 가수의 생명이 너무나 짧은 이 땅의 현실 앞에서 나는 라온의 리더 전현규가 적당히 ‘즐거운 나’, ‘즐거운 자신’을 뜻하는 순우리 옛말 ‘라온제나’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라온’의 무대를 우리가 오래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진정한 고수는 즐기는 자이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 오늘도 무대에서 마음껏 즐길, 크로스오버 그룹 라온과 라온의 리더 전현규를 응원한다.

세차고 치열하게.

지난 4월 열방교회 부활절 ‘Revival Festival’ 지난 4월 열방교회 부활절 ‘Revival Festival’에서 선배 가수 박기영과 함께

김세중 논설위원  sjkim@newsinsid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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